Feb 19, 2024
자칭 ‘수포자’들, 잠깐 주목, 수학 오답노트 이렇게 써요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이수현 멘토입니다. 누구나 공부를 하다 보면 유난히 어렵고 손에 잡히지 않는 과목이 있죠.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이 바로 그런 과목이라고 답할 겁니다. 추상적이기만 한 개념과 복잡한 응용문제, 다른 과목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공부량까지…
저 역시도 수학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문과로 왔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수학을 싫어했고 어려워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3년간 고등학교 내신 시험에서 수학에 자신 있다는 이과 친구들을 모두 제치고 한 번도 빠짐없이 1등급을 유지했죠. 그 비결은 바로 문제풀이에서의 취약점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까지 한눈에 정리할 수 있는 저만의 수학 오답노트였습니다. 삼색 볼펜 하나만 있으면 누구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수학 오답노트 정리 비법, 지금 바로 공개할게요.

비법 오답노트 쓰는 법, 지금부터 집중!
STEP 0. 혼자서 두 번 풀기
수학 문제풀이와 채점을 마치고 오답노트를 작성하기에 앞서,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해설을 보지 않은 채 조금의 시간차를 두고 틀린 문제를 다시 한번 풀어보는 것이죠. 오랫동안 집중해서 수학 문제를 풀다 보면 나도 모르게 피로해져 계산 실수가 발생하기도 하고, 쉬운 개념이나 풀이법이 기억나지 않기도 합니다.
오히려 잠시 주의를 돌린 사이에 문제를 풀기 위한 실마리가 번뜩 떠오르는 경우도 있죠. 그렇기에 잠시 시간 텀을 둔 뒤 재도전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내가 이런 걸 틀렸다니, 하고 당황할 정도로 쉽게 풀리는 문제들이 있을 겁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오답의 개수를 줄이고 정말로 모르는 문제가 무엇인지 가려냄으로써 효율과 자신감을 모두 얻을 수 있죠.
STEP 1. 나의 풀이과정 정리하기
두 번의 시도로도 문제의 실마리를 잡을 수 없었다면, 이제는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해설지를 펴는 대신 스스로 써 내려간 풀이과정을 정리하는 단계가 필요하죠. 물론 서술형 문제를 풀듯 완벽한 인과관계를 드러내어 풀이를 고쳐 쓸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에 접했는지, 어디까지 스스로 생각해 낸 뒤 막혔는지는 반드시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시험지의 공간을 넓게 활용해서 문제를 풀었다면 화살표를 통해 풀이 순서를 표시하고, 불필요한 계산의 흔적은 과감하게 지워버려도 좋아요. 이 과정은 문제를 풀 때 썼던 샤프나 검은색 펜을 그대로 활용해서 진행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STEP 2. 정답 풀이 이어 쓰기
자신의 풀이과정을 알아보기 쉽게 정리했다면 이제 모범 답안과 자신의 풀이를 비교해 볼 차례입니다. 아마도 해설지에 수록된 풀이의 초반부는 여러분이 문제를 푼 흔적과 거의 같을 거예요. 이제 STEP 1에서 샤프로 정리해 둔 풀이과정 옆에 여러분의 풀이가 끊기거나 정답에서 벗어난 지점부터 정답에 도달하기까지의 모범 답안을 파란색 펜으로 옮겨 적습니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실수를 해서, 혹은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죠. 만약 문제에 대한 접근 자체에 실수가 있어 모범 답안과 여러분의 풀이가 완전히 다르다면 여러분의 풀이에는 괄호를 쳐 두고 해설지의 풀이를 그대로 옮기면 됩니다.
STEP 3. 틀린 이유 메모하기
이제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가 남았습니다. 바로 내가 문제를 틀린 이유를 밝히는 것이죠. 수학 문제의 유형은 셀 수 없이 다양하지만 오답의 유형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유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몰라서), 다른 단원의 개념을 활용하거나 도형에 보조선을 긋는 등의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해서, 반복적으로 계산 실수를 해서.
수학의 거의 모든 오답이 이 4가지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런 유형의 문제에서는 이 위치에 보조선을 그어야 하는 걸 몰랐네’ 라거나 ‘함수의 그래프를 그리지 않았더니 절댓값 함수는 꼭짓점에서만 미분불가능하다는 성질을 활용할 생각을 못했어’와 같이 해당 문제를 틀린 이유를 밝혀내어 빨간색 펜으로 강조해서 메모하세요. 문제에서 핵심적으로 활용되었던 공식, 해당 유형의 일반적인 풀이법 등 개념적으로 보충하고 싶은 내용도 함께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실전에 적용하기
조금 더 직관적인 설명을 위해 제가 실제로 썼던 오답노트 내용을 정리해 가져왔습니다. 샤프로 적어둔 부분의 풀이를 보니 로그들의 합과 곱까지는 잘 구했지만 로그 2의 a와 로그 2의 b를 각각 A와 B라는 새로운 문자로 치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처 떠올리지 못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 같네요.
풀이 과정 중에서 놓친 부분과 이후 정답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파란색 펜으로 기록하고, 핵심 아이디어를 빨간색 펜으로 메모해 두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다시 오답노트를 확인했을 때 내가 어떤 부분에서 막혔는지, 어떤 풀이법을 익혀야 하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죠.
오답노트, 핵심은 쓰기보다 보기
이렇게 열심히 정리해 둔 오답노트라도 다시 펼쳐 보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겠죠? 오답노트는 쓰는 것보다도 이후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공부법입니다. 물론 가장 좋은 오답노트 활용법은 손 닿는 곳에 두고 평소에도 자주 펼쳐 보며 복습하는 것이죠. 하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시험 직전, 모든 개념과 문제를 마무리 정리하는 단계에서 만큼은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지금껏 정리했던 문제들을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반복해서 실수하는 유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바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빨간색 펜으로 적어둔 핵심 풀이법을 꼼꼼히 암기하기만 해도, 여러분의 수학 실력은 이전과는 분명 달라져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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