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26, 2024
현재 우리가 주목할만한 사회적, 교육적 이슈에 대해 설탭이 생각하는 교육 철학을 공유하는 [설탭 INSIDE].
이번 주제는 많은 분이 관심 가질 내용일 것 같은데요. 바로 청소년들의 정서적 문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비단 청소년 우울증과 자살률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10대 정신질환율은 더욱 급증했고 특히 여학생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정도는 역대 최고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체 지금 학생들 사이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오늘 설탭에서는 최근 급증한 10대 정신질환의 현황에 대한 원인과 결과, 그리고 해결책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정신과 폐쇄 병동에 가득 찬 1020, 청소년 우울증 시대
연초 한 주요 신문 매체에서 충격적인 헤드라인을 발견했습니다. <“정신과 폐쇄병동, 1020으로 가득”… 마음의 병 앓는 청소년들>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청소년 우울증과 자해 등으로 정신과 마음이 아픈 1020 세대가 급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과거 성인 조현병 환자들을 수용하던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폐쇄 병동 30개가 최근은 1020 청소년들로 꽉 차있으며 대부분 우울증이 심해져 자해·자살 시도를 한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청소년들은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울증 진단을 받은 10대 청소년은 2018년 2만 8천여 명에서 2022년 4만 6천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4년 만에 무려 60% 이상 증가한 것이죠. 우울증의 원인에 대한 조사를 살펴보면 학업 스트레스, 친구나 가족 관계가 대표적입니다. 또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소년 정신건강 상담 건수도 연간 수십만 건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이에 더해 남에게 숨기는 우울증 특성을 감안하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청소년 환자가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자살률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통계청이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제출한 ‘자살 사망자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살 사망자는 1만 3661명으로 2019년(1만 3799명)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19세 이하 자살 사망자는 373명으로, 이 나이대 전체 사망자(약 1700명) 가운데 약 20%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19세 이하 인구 100만 명당 자살자(자살률)는 지난해 46.7명으로, 통계청이 사망 원인 집계를 내기 시작한 1983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하는데요. 2015년(23.7명) 이후 8년 만에 2배 가까이로 높아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저출생으로 미성년 인구는 급감했는데 자살자는 오히려 늘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유의미한 연구를 살펴보면 자살률뿐만 아니라 ‘자살위험군’에 속한 학생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초1, 초4, 중1, 고1 등 4개 학년 173만 159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 검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2만 2833명이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됐죠. 초중고 12개 학년으로 계산하면 자살 위험군이 7만 명에 달할 거란 계산이 나옵니다. 4개 학년 중 상담과 치료가 필요한 ‘관심군 학생’도 8만 2614명이었습니다. 12개 학년으로 환산해 보면 25만 명의 학생이 치료 대상이라는 뜻입니다. 전문가들은 ‘검사에 드러나지 않은 자살 위험군과 관심군은 더 많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소년 마음 건강이 유독 걱정이 되는 시대. 과연 청소년 우울증과 자살률이 현저히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팬데믹 이후 세계적 현상
전문가들은 최근 청소년 우울증이 크게 증가한 가장 큰 원인으로 팬데믹을 꼽습니다. 어른들이 팬데믹으로 2년여 시간을 불편하게 산 정도라면 청소년들은 학교에 가지 못해 사회·정서적 경험이 단절되었죠.
청소년기는 우정을 배우고 가족 밖에서 새로운 소속감과 힘을 얻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고립이 길어지다 보니 친구와 선생님들이 낯설어졌고 공동체를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진영 교수(한국심리학회 회장)는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학우 관계를 형성할 기간이 없었다. 사회적인 지지 기반을 가족 외의 사람들로 넓혀갈 시기인데 그걸 하지 못한 거다’라며 청소년 우울증 증가의 원인으로 코로나19를 지목했습니다.
뇌과학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사회적, 생물학적, 정서적 변화에 더불어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입니다. 특히 아동기를 거쳐 청소년기에는 뇌 시냅스 연결의 15% 이상이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청소년 정신 건강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팬데믹으로 인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이 추가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하버드대 의대 계산신경과학 연구실과 보스턴 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공동 연구팀 역시 이와 관련한 분석을 내놓았는데요. fMRI(기능성 자기 공명영상)를 활용해 실험한 결과 팬데믹 이후 청소년의 뇌에서 전두엽과 감정 처리를 지원하는 뇌 영역 간 연결이 약해지고 형태학적으로도 비정상적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팬데믹 동안 청소년들의 스트레스가 더 심해지고 우울감을 비롯한 부정적 감정이 더 늘었다는 설문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전 세계적 수준에서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가 생기고 온라인 활용 수업 등 비대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청소년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온라인 수업에 참석하고 미디어 매체 및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에서 보냈습니다. 갑작스러운 교육환경 변화와 제한된 환경에 놓이게 되어 스트레스 조절 감소, 신체활동의 저하, 낮은 자아존중감, 사회적 고립, 인터넷 중독과 같은 심리·사회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죠.
단순한 관계 단절이 아닌 또래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한 사회·정서적, 정체성 발달에 문제가 생기면서 대면 접촉을 통해 고민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는 원천 차단되었고 청소년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우울감이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 것입니다.

학교와 가정에서 정서적 소통 부족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마음의 병’을 앓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입원한 학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대다수는 가정 양육에 문제가 있다. 번듯한 전문직 부모도 성적으로 아이를 닦달하고 학원만 돌리는 게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더라’라고 했습니다. 성적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정서적 소통은 줄어들면서 청소년들이 마음 둘 곳은 없어진 것이죠.
지난해 한 기업에서 ‘가족 간 대화 실태’를 주제로 1,24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가족과 함께 사는 응답자 가운데 대화 시간이 ‘30분 미만’인 사람은 10명 중 3명(29.2%) 꼴이었습니다. ‘30분 이상 한 시간 미만’ 역시 30.2%로 적지 않은 비율이었죠. 학생의 입장에서 부모님은 경제 활동으로 늘 바쁜 데다 고민을 털어놓을 형제나 자매는 없고, 언제나 성적 압박에 시달리기 바쁘니 가족 간 대화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자식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부모가 많은 한국에서, 정작 부모 자식 간 소통이 적다는 건 정말 아이러니한 입니다.
더욱이 학교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정서 행동 위기의 학생이 증가하면서 교사들이 수업과 동시에 모든 학생의 정서까지 돌보는 덴 어려움이 있으며, 오히려 문제 행동 학생의 심각성이 날로 커지며 교사들 역시 고통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교육 통계에 따르면 정신 건강 위기 학생은 10만 명에 달하지만 학교의 60%는 상담교사가 전무한 상황이죠.
학원 역시 학생에게 심리적 영향을 주긴 어려운데요. 학원은 경쟁 기술을 배우는 곳이기 때문에 정서적 교감과 소속감을 느끼기 힘듭니다. 어쩌면 어른이 회사에 다니는 것보다 더 삭막할 수도 있죠. 결국 우리 아이들 주변에 정서적 교감을 할만한 사람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자살 억제 요인 = 자기 존중감
그렇다면 청소년 우울증이나 정서 행동에 위기를 겪고 있는 학생들이 극단적 감정을 억제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이를 위해 10년간 조사된 연구 결과 논문(대학생 자살생각 관련변인에 대한 메타분석/안세영, 김종학, 최보영, 2015)을 살펴보면 억제변인 중 가장 큰 효과 크기를 나타내는 변인으로 ‘자아존중감’이 꼽힙니다. 대학생 시기는 청소년 후기와 성인 초기 발달 주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학생은 청소년의 가까운 미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스트레스는 긍정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없거나 보살핌과 지지적인 관계를 이룰 수 없다는 느낌 때문에 자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작은 문제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해결하지 못하여 고민하다가 결국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죠.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인 자아존중감이 높아질수록 자살생각이 낮아진다고 연구진은 말하고 있습니다(자아존중감을 경험하지 않은 대학생에 비해 자아존중감을 경험한 대학생이 자살 생각을 할 가능성은 19.83%만큼 더 낮음).
이러한 결과는 자아존중감이 높아질수록 자살 생각이낮아지므로, 자아존중감을 높여서 상황을 긍정적으로 지각할 수만 있다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할 위험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자살 생각을 감소시키고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아존중감이 큰 지지대로 강조되어야 하며 자아존중감 향상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적용되어야 합니다.
학생 내면의 힘을 키워줘야 살릴 수 있다
그럼 지금 우리가 학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그건 바로 학생 내면의 힘이 강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고 어릴 때부터 다양한 사교육을 받아 해 본 건 많지만, 정작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결하거나 실패를 마주해 본 경험이 드뭅니다. 내면의 힘이 강해질 틈이 없다 보니 어려움을 겪어도 회복하기가 힘들어 즉각적인 쾌락에 의존하며 우울감에 빠지고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 말하는 내면의 힘은 자기 효능감에서 비롯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의 능력을 믿는 자기 효능감은 인간의 행동, 생각,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고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 거기서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 회복탄력성이 나오고 내면의 힘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자기 효능감은 ‘존경할 수 있고 직관적인 믿음을 주는 멘토와의 상호 작용’으로 빠르게 발견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사회통념이 아닌, 과학적으로도 밝혀져 있는 사실이죠.

설탭 학생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 사실이 더욱 명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극심한 우울증으로 학교생활이 어려워 자퇴까지 하게 된 송주은 학생은 설탭 선생님이 건넨 응원의 메시지와 솔루션으로 웃음을 되찾고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학폭으로 무기력하게 삶을 이어가던 김희현 학생 역시 좋은 선생님을 만나 공부에 재미를 얻어 성적을 향상했을 뿐만 아니라 ‘나도 선생님처럼 고려대에 가야지’하는 꿈과 희망이 생겼죠.
이처럼 부모와 다른 가치를 보여주고 다른 차원의 대화와 교감을 할 수 있는 어른은 학생에게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좋은 결과를 낸 롤모델, 믿을 만한 어른,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어른을 보며 희망적인 미래를 그리고 현실 사회에 적응할 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울과 자살이 만연한 요즘 시대에 학생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면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 그 힘을 길러줄 좋은 멘토를 만나 자기 효능감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신경 끄기의 기술>을 쓴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튜버인 마크 맨슨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를 여행했다(I Traveled to the Most Depressed Country in the World)’는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 속 멘슨은 한국에 사는 미국인, 심리학자, 정신과 전문의 등을 만나 한국 사회의 우울증에 대해 들여다봤는데요.
그는 ‘한국이 유교문화의 나쁜 점과 자본주의의 단점을 극대화한 점이 안타깝다’고 강조하며 ‘유교 문화에서는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공감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인격의 실패로 판단한다’고 꼬집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회복력이 있다’며 ‘오늘날 한국의 과제는 바뀌었고, 한국인은 위험한 지평선에서 벗어나 내면의 깊은 곳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청소년은 급격하게 마음 세계가 변화하여 종종 주변과 충돌이 일곤 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고 고민을 함께 해결해 줄 사람을 찾지만 정작 그들 곁에는 무관심과 냉대, 성적 위주의 냉혹한 평가 등이 존재할 뿐이죠.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섣부른 조언이나 위로, 평가나 판단이 아닌 좋은 멘토의 믿어주는 마음과 공감, 그리고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기 효능감과 내면의 힘일 것입니다. 꼭 설탭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우리 아이 주변에 좋은 멘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있는지 물어봐 주세요. 때로는 엄마보다 내 마음을 잘 아는 선생님,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선생님, 대화하고 나면 용기가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는 선생님이 항상 학생들 곁에 있을 수 있도록 설탭 역시 언제나 최선을 다해 교육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참고 자료
- 서울신문-팬데믹 견디면서 뇌 손상… 청소년 우울증 이유 있었네(2023.11.16) 유용하 기자 
- 조선일보-“내 새끼 지상주의, 특권과 반칙 판치게 해… 피해자는 아이들입니다”(2024.03.02) 정시행 기자 
- 연합뉴스- 사춘기인 줄 알았는데…’우울증’이라고?(2024.02.11) 임동근 기자 
- JTBC- ‘극단적 선택’ 생각하는 청소년이 늘었다. 이유는?(2023.12.11) 이지현 기자 
- Balachandran AK et al., 2020 
- 대학생 자살생각 관련변인에 대한 메타분석/안세영, 김종학, 최보영, 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