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D-1개월, 어떻게 계획하지?

여러분,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이수현 멘토입니다. 중간고사를 한 달 정도 앞둔 지금, 모두 각자의 나름대로 시험을 준비하고 있나요? 이맘때가 되면 완벽하고 철저한 시험공부를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중간고사 계획 세우기에 돌입하곤 합니다. 하지만 처음의 원대했던 계획을 끝까지 만족스럽게 지켜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오늘은 매번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는 계획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여러분을 위해 고등학교 3년간 1.0이라는 성공적인 내신을 받아온 제가 실패 없이 계획 세우는 법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외적 변수와 내적 변수를 파악하자!

아마도 시험공부 계획을 세우기로 결심한 여러분이 가장 먼저 꺼내든 건 4월 달력이었을 거예요. 시험 계획을 세우는 학생들 가운데는 당일까지의 디데이(D-day)를 세어 가며 시험기간 초반에 한 달치 공부 계획을 모두 작성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이는 그리 추천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한 달치의 장기 계획이 무사히 지켜지기에는 시험공부의 외적 변수와 내적 변수가 너무 많거든요.

외적 변수는 학교 진도와 시험범위 변동처럼, 시험공부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말합니다. 만약 어려운 국어 개념을 미리 공부하기 위해 시험기간 초반에 국어 공부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뒀는데, 선생님께서 갑자기 그 단원만 따로 빼서 마지막에 진도를 나가신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험 막바지에 국어 공부 시간을 늘리면 그 시간에 계획해 두었던 다른 과목의 공부 시간을 줄여야 하고,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계획 전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거예요.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시험 일주일 전쯤에 모든 과목의 진도가 마무리되고, 선생님의 성향에 따라 단원들의 순서를 바꾸거나 후반부 진도를 급하게 몰아서 나가시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럴 경우 한 달 치의 공부 계획을 미리 세워 놓는다면 수업 진도 측면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을 때 대처가 어려워지죠.

반대로 내적 변수는 스스로 공부하는 동안 발생하는 문제들을 뜻하는데, 대표적인 내적 변수로는 난이도와 공부량이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풀어야지!’ 하고 호기롭게 문제집을 펼쳐 들었다가 목표량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펜을 내려놓은 경험이 다들 한 번쯤 있을 거예요.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와 혼자 공부할 때 유독 체감되는 공부량의 차이가 큰 과목들이 있는데, 이러한 과목의 경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을 틀어지게 하는 주범이 되곤 합니다.

이러한 내적 변수에 특히 취약한 과목은 수학이에요. 수학의 경우 매 단원마다 미리 알고 있어야 할 개념과 공부량, 문제집에 수록되어 있는 문제의 개수와 그 난이도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내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수학 외에도 암기보다는 이해와 응용이 필요한 과목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곤 하죠.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외적 변수와 내적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먼 미래까지의 계획을 세워둔 친구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부딪혀 계획을 크게 수정하거나, 아예 계획을 지키는 일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다면 이런 점들을 모두 고려했을 때 얼마 정도의 계획을 미리 세워 두는 것이 가장 적당할까요? 저는 시험기간을 한 달로 잡은 뒤 매주 주말마다 다음 한 주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전체적인 로드맵을 그리기보다는 주간 계획을 4번 세우는 방식을 택한 것이죠. 대체적으로 첫 주에는 진도를 나간 범위를 꼼꼼하게 1회독하고, 두 번째 주에는 점점 늘어나는 진도 범위를 반복해서 읽으며 앞부분부터 문제 풀이를 시작했습니다. 시험범위 진도가 거의 마무리되는 세 번째 주에는 본격적인 문제 풀이와 개념 암기에 집중했고, 시험 직전 한 주에는 헷갈리는 개념과 오답 선지를 따로 정리해 반복적으로 읽으며 마지막으로 개념을 정독하는 시간을 가졌죠. 이렇게 한 주의 큰 틀을 잡은 다음 각 요일에 해야 할 일을 계획하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더라도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한 발 양보하는 법을 배우자!

우리가 아무리 철저하게 모든 변수를 고려해서 계획을 세우더라도, 예상치 못한 상황들은 언제나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공부를 하기 힘든 날이 있을 수도 있죠. 이런 날을 위해 저는 언제나 계획을 세울 때 반드시 여유 시간을 확보해 두었습니다.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하루의 공부량을 적절히 조절하며 조금씩 시간을 비워 두는 것도 좋고, 아예 일주일 중 하루를 통째로 여유 시간으로 남겨두는 것도 좋아요. 이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스스로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처음 고등학교에 들어가 스스로 공부를 시작했을 때, 저는 제 능력에 비해 다소 벅찬 계획을 세웠어요. 쉴 틈 없이 하나하나의 목표를 완수해 나가는 것이 버거웠지만 동그라미로 가득 찬 플래너를 보며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획을 완벽하게 지켜내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시험기간이 절반쯤 지나고 나면 늘 슬럼프가 찾아왔죠.

지나치게 빡빡한 계획으로 인한 슬럼프 자체도 큰 타격을 주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핑계로 계획을 지키지 않는 날이 늘어나다 보니 조급해진 마음 탓에 지킬 수 없는 무리한 계획을 세우게 된 거였죠. ‘오늘은 진짜 다 할 수 있을 거야!’ 하고 스스로를 속이며, 습관처럼 지켜지지도 않을 계획을 세우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된 순간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는 효율적인 시간 관리라는 원래 목적은 잊은 채 오히려 계획에 끌려 다니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이유가 결국 무리한 계획으로 인한 조급함과 부담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급해진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목표 공부량보다는 달성도에 초점을 맞춰 하루 공부량을 조금 줄인 새로운 계획을 세웠죠. 이렇게 하고 나니 계획이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한결 편해진 마음 덕분에 오히려 이전보다 공부 능률이 올라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계획 자체가 하나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공부 페이스를 망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계획을 세울 때는 항상 조금의 여유를 만들어두어야 합니다.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를 다들 알고 있나요?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뜻이죠. 여러분 모두 계획을 세울 때는 이 과유불급을 잘 기억하고, 자신이 해낼 수 있는 합리적인 목표를 설정함과 더불어 스스로를 위한 여유 시간도 꼭 남겨두길 바랍니다.

시작이 반이다!

이처럼 돌발 상황과 변수가 많은 시험기간의 특성상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마 스스로 목표를 정해서 공부해 본 경험이 많지 않은 학생이라면 한두 번 정도는 계획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는 연습을 하며 개선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슨 일이든 익숙해질 때까지 도전한다면 계속해서 발전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자신에게 딱 맞는 계획으로 이전과는 달라진 시험기간을 만들어 낼 여러분을 언제나 곁에서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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