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19, 2024
Chapter 1.
소극적인 A 학생을 변화시킨
윤희 쌤의 3년간의 노력
오늘 만난 설탭 장학생은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정윤희 선생님입니다. 올해 설탭 선생님 4년 차인 윤희 쌤은 그동안 여러 학생과 수업하며 남다른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윤희 쌤 역시 교육 인프라가 좋지 않은 지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멘토의 중요성을 절실히 체감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살던 곳은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이라 동네 학원도 많이 없고, 과외는 생각도 할 수 없었어요. 늘 그런 부분에 대한 갈망이 있었죠. 고등학생 입장에서는 내가 뭘 모르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이게 맞는지에 대한 확신도 없어서 불안하잖아요.
저 또한 그랬고 그때 조금이라도 방향을 잡아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큰 도움이 되었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원했던 그런 존재가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설탭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윤희 쌤이 만난 설탭 학생들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모든 학생이 특별했지만 윤희 쌤에겐 잊을 수 없는 몇 명의 제자들이 있는데요. 그 이야길 한 번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하는 내내 윤희 쌤의 눈빛에서 그 학생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어요.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윤희 쌤의 첫 설탭 과외를 함께 했던 A 학생이에요.
처음엔 A 학생과의 수업 90분이 참 길게 느껴졌어요. 그도 그럴 것이 그 시간 동안 주로 저 혼자만 이야기했기 때문이에요.
학생이 내성적인 성격에다 낯가림이 심해 대면 과외는 부담스러워하고, 그나마 비대면이라 하겠다 했다던 어머니 말씀이 너무나
이해가 갈 정도로 A 학생과 친해지기란 정말 어려웠던 것 같아요.

대답도, 질문도, 시시콜콜한 잡담도 없는 A 학생과 90분을 어떻게 채워나가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윤희 쌤이 내린 결론은 ‘그저 기다리자’는 것이었어요.
대답이나 질문을 강요하기보단 가볍게 분위기를 풀어주고 학생의 꾸준함과 성실함을 칭찬했죠.
그렇게 꼬박 함께 수업한 지 1년 차가 되고 2년 차가 되었을 때, 점점 학생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려왔어요.
어느 순간부터 학생이 먼저 질문하고,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엄청난 변화였죠. 중학교 2학년에 만나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긴 시간을 함께하는 동안 그 시기 학생의 여러 고민을 나눌 수 있어 참 좋았어요. 나중에 돌이켜보니 ‘시간이 답’이었더라고요.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싶다는 꿈을 조심스레 말해준 그 아이가 앞으로도 여러 사람과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편하고 힘이 되는 관계를 많이 형성할 수 있기를 여전히 응원하고 있어요.
약 3년간 함께 국어 수업을 하면서 A 학생 성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처음엔 집중력이 좋지 않아 지문을 읽어도 소화하는 능력이 부족했대요. 그런데 윤희 쌤의 칭찬과 맞춤형 지도 덕분에 점차 공부에 흥미를 붙이더니 오랜 시간 진득하게 앉아 지문을 읽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생겼고, 어려운 모의고사 문제도 풀 수 있는 수준이 되었어요.
수업 초반엔 60점대였던 국어 성적이 나중엔 무난히 2등급까진 나올 수 있게 되었죠. 수업을 종료하던 시점엔 ‘선생님 덕분에 국어가 정말 재미있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요.
그 과정에서 윤희 쌤은 학생들과 만나는 자기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끼며 강한 책임감을 느꼈대요. ‘뛰어난 강의력을 지닌 강사들은 학원에도 얼마든지 많다. 학생들에겐 공부뿐만 아니라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하며 방향을 제시해 주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멘토로서 한 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었죠.

스승의날 학생이 윤희 쌤에게 보낸 ‘설탭 스승의날 이벤트’ 메시지와 그림
Chapter 2.
공부 시간 부족한 지방 예고 B 학생,
뾰족한 맞춤형 학습으로 한양대 보내기
윤희 쌤 스토리의 두 번째 학생은 강원도의 한 예고에 다니던 B 학생이었어요. 그 학생은 한국무용 입시를 준비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많이 없을뿐더러, 집 근처에선 과외 선생님을 구하기 힘들어 설탭을 하게 되었다고 했죠. 바쁜 와중에 정말 열심히 공부하던 학생의 모습이 윤희 쌤에게 참 예뻐 보였대요.

레슨받으랴 콩쿨 준비로 입시곡 연습하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을 거예요. 그런데도 B 학생은 연습이 끝난 밤 시간에 잠을
쪼개가며 설탭 수업을 들었어요. 피곤할 법도 한데 늘 또렷한 정신으로 집중하는 학생이 대견해서 저도 수업 준비에 더 열중했죠.
당시 B 학생은 수업 시간 외에 따로 공부할 시간이 없는 터라 윤희 쌤은 과외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어요. 해당 학교의 기출 문제들을 분석해 출제 가능성이 높은 부분 위주로 수업한 거죠. 그랬더니 시험에서 비슷한 문제들이 출제되는 짜릿함을 두 사람이 함께 느낄 수 있었대요.
가장 공들였던 마지막 내신 시험에서는 전교 2등의 성적을 받아왔어요. 그때 엄청 뿌듯하게 자랑하던 B 학생이 아직도 기억나요.
이제는 어엿한 한양대생이 된 그 친구가 늘 즐겁게 춤출 수 있기를 여전히 선생님의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Chapter 3.
집중력 낮은 C 학생과
700개 문장을 해석하다
윤희 쌤이 마지막 이야기로 꺼낸 학생과의 스토리는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그런 학생들과 수업하고 있는 선생님들도 많이 공감할
법한 사연이에요. 현재 윤희 쌤과 함께 설탭 수업 중인 고등학교 2학년 C 학생과의 에피소드인데요.
이 학생과의 첫 수업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아마 처음으로 비대면 과외 시스템을 답답하게 느꼈던 순간일 거예요. C 학생의
집중력은 3분을 채 넘지 못하고 수업 내용을 듣고 있는 건지, 계속 물이 먹고 싶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 소리가 이상하다, 하물며
키우는 동물들 이야기까지… 끝도 없이 이야기가 새어나가는 바람에 수업을 끌고 가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한 번 맡게 된 학생은 그래도 끝까지 책임지자’는 신념이 있던 윤희 쌤. 하지만 C 학생은 자기보다는 바로 옆에서 부족한 집중력을 밀착 관리해줄 수 있는
대면 과외나 학원이 적합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학생 어머니께 상담을 요청했대요.
그런데 윤희 쌤이 말문을 꺼내기도 전에 어머니께서 먼저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아이가 집중을 많이 못 하죠?”
당황한 윤희 쌤이 빙빙 돌려 수업 진행이 조금 어렵다고 말씀드리니 어머니께서 미리 말씀 못 드려 죄송하다며 학생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어요.
“아이가 집중력이 좋지 못해 힘들어하는 편이에요. 여러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지만 유독 저녁 시간엔 힘들어 합니다.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면 물고기 이야기를 해주세요. 물고기를 좋아해서 방에 잔뜩 키우고 있거든요. 아마 신나서 이야기할 거예요.”라고 말이죠.

어머니의 익숙한 듯한 설명을 들으니, 지금까지 어머니께서 얼마나 많은 선생님에게 아이를 설명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학생은 경상북도의 한 농촌 마을에 사는데, 동네 학원이 하나 있지만 C 학생을 가르치기 힘들다고 하여 그만둔 상태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비대면 과외라도 해보자 하고 설탭을 신청하셨다는데, 제가 그만두면 어머니는 또 다른 선생님에게 아이에 대해 설명하셔야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지난 한 달간 수업을 돌이켜보면 윤희 쌤이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었기 때문에 솔직히 말씀드렸어요. “어머니, 솔직히 비대면 수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랬더니 학생의 어머니는 정말 가볍게 이렇게 대답하셨대요.
“포기하지만 말아 주세요 선생님. ㅎㅎㅎ”
어머니의 웃음 섞인 그 한마디가 아직도 깊게 남아 있어요. 그 이후 저는 비록 수업 시간 60분을 다 공부로 채우지 못하고 그 중
30분은 수업과 관련 없는 딴소리더라도 꾸준함과 끈기가 만들어내는 변화를 학생에게 알려줘야겠다는 다짐하게 되었어요.
매번 같은 내용을 이야기하더라도 한 번 더, 한 번 더 설명하면서 수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웃음).
그렇게 조금씩, 지난 몇 개월간 윤희 쌤과 C 학생이 함께 해석한 문장은 모두 700여 개. 윤희 쌤은 ‘조금 더디겠지만 교재에 실린 천 개의 문장을
모두 해석했을 때 그 완주의 기쁨과 뿌듯함을 학생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며 강한 의지와 애정을 나타냈어요.

Chapter 4.
설탭만이 유일한 수단인 학생들에게
든든한 멘토가 되어주고 싶어요
가끔은 이런 적도 있대요. 윤희 쌤 역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업할 시간과 장소가 여의치 않을 때가 있었는데요. 그때 한 학생이 자신은 ‘막사’에서 수업을 듣는다고 하여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며 더욱 의지를 다질 수 있었죠.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병원에 머물며 병원 휴게실에서 과외 수업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시골에 사는 학생과 수업하려는데 ‘저는 오늘 막사에서 수업한다’고 하더라고요. 막사가 뭐냐고 물으니 밭에서 일하다가 쉴 수 있는 컨테이너라고, 일손을 돕다가 짬짬이 공부한다고 하길래 ‘우리 오늘 각자 자리에서도 열심히 수업해 보자’ 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기도 했어요(웃음).

소극적이고 내향적이라서,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지방의 예고 학생이라서, 그리고 학원에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집중력이 낮은 학생이라서… 이렇듯 그동안 윤희 쌤과 수업해 온 학생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설탭이 꼭 필요한 친구들이었어요.
윤희 쌤에게도 위기의 순간은 많았어요. 비대면 수업이기에 학생이 처한 상황을 면밀히 느낄 수 없어 답답했죠. 그런데 그토록 수업을 이끌어 나가기 힘든 우여곡절의 상황에서도 학생들과 몇 년 씩, 장기간 수업을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학생의 공부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현재 이 중요한 시기에 갖고 있는 고민을 나누며 ‘선생님’보다는 ‘멘토’가 되어주고자 노력한 덕분인 것 같아요. 설탭이 유일한 학습 수단인 학생들이기에 그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고 공감하고자 했죠. 설탭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내가 학생일 때 이런 시스템, 이런 멘토가 있었으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 또한 고등학교 때 같은 고민을 했으니까, 학생들이 이때쯤이면 이런 고민을 하겠구나 하면서 저에 비추어 생각하다 보니 학생들과 조금 더 소통이 잘 되었고 그런 제 마음이 학생들에게도 닿아서 좋은 결과들이 이어진 것 같아요(웃음).

사전에서는 ‘멘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요.
‘풍부한 경험과 지식, 지혜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지도하고 조언해 주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오랜 기간 각양각색의 설탭 학생을 만나며 윤희 쌤도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자신을 통해 변화하는 학생들을 보며 윤희 쌤은 스스로를 돌아보기도 하고 성찰하며 이제는 멘토가 갖춰야 할 역량을 오롯이 지닌 듯했어요. 자신도 모르는 새 말이죠.
여전히 순조롭지 않지만, 오늘도 길고 긴 입시 여정을 학생들과 함께 걷고 있는 윤희 쌤의 마지막 한 마디를 여러분과 공유할게요.
제 수업이 모든 학생에게 유효한 방식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을 만나기 힘든 아이들에게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 조그마한 변화라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제가 설탭을 계속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저를 선생님이라 불러주는 학생들에게 걸맞는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제 최선을 다해보고자 해요.
윤희 쌤은 앞으로 공직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해요. 학창 시절부터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일보다는 공적인 일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고 싶어 전공 역시 행정학과로 정한 것이죠.
친절한 말투와 미소, 그리고 넓은 마음씨로 학생 한 명 한 명을 변화시켜 주는 윤희 쌤. 그 따뜻한 성정의 원천은 대체 무엇일까 궁금하던 차, 공직자가 되고 싶다는 쌤의 진로와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어요.
그 시절 멘토가 간절했고, 그만큼 멘토의 중요성을 알기에 이토록 학생들에게 진심인 윤희 쌤이 앞으로도 설탭과 함께 성장하고 크고 작은 변화와 결실을 만들어 가시길 응원할게요. 자신의 경험과 소회를 공유해주신 윤희 쌤께 마음 깊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