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26, 2024
Chapter 1.
4년 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설탭 과외
올해로 4년째 설탭 수업 중인 고려대 미디어학부 김민선 선생님은 엄청난 베테랑 설탭 쌤이에요.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수업한 누적 학생은 모두 18명. 오랜 기간 활동했으니 함께 공부한 학생도 그만큼 많았어요.
지금은 수업 노하우도 생겼고 학생들과 유대감을 쌓거나 관계를 맺는 방법도 능숙하지만 4년 전만 해도 민선 쌤은 그런 점이 부담스러워 비대면 과외인 설탭을 택했어요. 얼굴을 보지 않고 수업하니 학생과 거리감도 유지할 수 있고 부담감도 덜 할 것이라 생각했죠.
처음엔 가르치는 저조차도 비대면 과외는 처음이라 이 수업만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잠재력을 끌어올려 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었어요. 이전에 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쳤을 때도, 사촌 동생 과외를 해줄 때도, 말 안 듣는 아이들 때문에 스트레스도 있었고요(웃음). 그런 면에서 비대면 과외는 비교적 가볍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설탭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민선 쌤은 중학생 수학 과외를 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설탭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민선 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어요.

Chapter 2.
진심을 다하기에 충분했던 한 마디,
‘쌤 덕분에 수학이 좋아졌어요!’
민선 쌤의 마음을 변화시킨 건 그동안 함께 수업해 온 학생들이었어요. 그중 학생 한 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목소리가 정말 귀여운 중3 학생이에요. 작년 6월 수학 과목으로 처음 만났죠. 1학기 기말고사를 2주 앞두고 과외를 시작해 짧은 시간이지만 저도 학생도 최선을 다해 시험을 준비했어요. 학생 역시 다른 과목은 제쳐두고 수학만 팔 정도로 열심히였고요. 그런데.. 수학은 정직한 과목이라고 했던가요… 벼락치기라는 게 통하지 않고 50점대의 성적이 나오고 말았어요.
그때 단순히 성적보다는 열심히 한 과정이 무의미해진 것 같은 마음에 학생도, 민선 쌤도 많이 속상했대요. 대신 방학 동안 심기일전하여 만회하고자 했죠. 당시 학생은 수학에 대한 기초가 아주 부족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개념을 중요시하는 민선 쌤은 그런 학생에게 정말 사소한 것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기 시작했는데요.
이를테면 소인수분해에서 소수는 무엇이고, 분해한다는 개념은 무엇인지 계속 꼬리 질문과 답으로 파헤치는 연습을 했어요. 그렇게 해야 이 학생이 나중에 연관 단원을 배우고 심화 문제를 풀 때 어려움이 없을 거라 생각하며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데 집중했죠.
수업이 일주일에 한 번, 60분이었는데요. 저희 둘다 점점 욕심이 생겨서 목표한 진도를 끝내지 못하면 수업 시간을 넘어도 추가로 더 공부하고 숙제 양도 규칙적으로 늘려갔어요. 학생은 점점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늘어나는 것을 느끼면서 이전의 좌절을 극복하고 수학에서 흥미를 찾기 시작했죠. ‘수학이 좋아졌다’는 그 말 한마디는 제가 수업에 진심을 다하기에 충분했어요. 학생도 할 수 있는 최선 이상으로 임해줬고요.

학생이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학생 어머니께서 몸이 탈날까 걱정된다는 고민까지 털어놓으셨어요. 그렇게 진도를 전부 마치고 코앞으로 다가온 시험 기간. 학생이 평소 어려워했던 유형을 위주로 예상 기출문제를 만들어 실전처럼 마지막 훈련을 했죠.
시험 당일엔 마치 제가 시험을 보는 것처럼 떨렸어요. 그리고 결과 연락이 왔는데요. 아쉽게 실수로 틀린 문제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90점대의 성적이 나왔다며 들뜬 목소리로 얘기하는데, 단 몇 달 만에 이룬 결과에 너무 보람차서 울컥하기까지 했던 기억이 나요. 성적이 오른 것도 정말 좋았지만 학생이 기뻐하는 게 느껴져 저도 덩달아 기뻤어요(웃음).
사실 학생은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서 공부 의지가 있어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고 해요.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성적을 올린 경험이 더 큰 의미였을 테죠. 민선 쌤은 ‘학생이 단순히 성적뿐만 아니라 공부 습관도 달라지고 자신에 대한 신뢰도 쌓여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해요.

Chapter 3.
나를 변화시킨 것,
나를 믿고 의지하는 설탭 학생들
큰 부담 없이 시작한 설탭이지만, 그렇게 학생 한 명 한 명을 만나면서 민선 쌤의 마음은 점점 단단해지기 시작했어요.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 게 느껴지거나
스스로 깨우치고 질문할 때, 그리고 진지하게 고민을 이야기해 줄 때면 비대면이지만 이렇게 깊어질 수 있구나 생각했대요.
학생들이 점점 저를 의지하는 게 느껴지니까 책임감, 좋은 의미의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쌤, 이때가 시험이고 수행 평가는 이쯤이에요’, ‘시험에 이런 게 나온다는데 어떡하죠?’라면서 저를 의지하는 것이 보이니까 ‘진짜 허투루 하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그렇게 민선 쌤은 학생과 유대가 쌓이며 어른으로서의 진심 어린 조언도 해주게 되었어요. 바로 ‘기준을 남에게서 찾지 말고 너 자신에게서 찾아라’라는,
쌤 자신도 일상에서 되뇌는 말이었죠.

그동안 수학 숙제를 참 잘 해오던 학생이었는데, 최근 무슨 일인지 숙제를 많이 못 해오더라고요. 성실한 친구이다 보니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서 물어봤죠. 그랬더니 영어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단어도 몇백 개 외워야 하는데 안 외워지고, 성적도 안 나와서 속상하다, 숙제도 너무 많은데 잘 안 풀린다, 평균 점수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고, 다른 친구들보다 못한다’면서요.
그 얘기를 듣고 저도 참 속상하고 안타까워서 기준을 남한테 찾지 말고 자신에게서 찾으라고 이야기 해줬어요. 저번 학기에 너의 점수가 몇 점이었는데 얼마나 올랐고, 지금 아는 단어가 얼마나 더 많아졌는지를 중점적으로 보라고요. 그렇게 말 해주니까 감동이라면서 마음을 다잡는 것 같았어요.
민선 쌤 역시 그럴 때가 있었기에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과 따뜻한 말들이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서서히 이들을 변화시키고 있었어요.

Chapter 4.
이토록 깊고 단단해진 진심,
학생들이 저의 원동력이었어요
그렇게 민선 쌤이 설탭을 시작하면서 가졌던 비대면 과외에 대한 의구심은 많은 학생들을 거쳐 오면서 이제는 완전히 사라졌어요. 오히려 비대면이라 편안한 환경에서 서로에게 더 쉽게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대요. 수학에 흥미도 없고 성적도 낮았던 또 다른 중3 학생이 있었는데요. 기계적으로 문제를 푸는 고질적인 방식을 고쳐주고 학생의
성향을 고려해 민선 쌤이 기출 문제도 직접 만들어줬어요. 그리고 결과보다는 수학에 재미를 붙일 수 있도록 조력해 주니 몇 달 만에 90점대로 성적이 오른 거예요! 그러자 며칠 뒤 학부모님이 정말 감사하다는 연락과 함께 다른 과목도 맡아 줄 수 있냐는 제안까지 해주셨죠.
학생들이 저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저를 좋아해 주고 의지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저도 열심히 가르쳐주고 마음을 줄 수 있었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 어른으로서 해줘야하는 조언을 했을 뿐인데 학생들이 잘 따라와 주니 자연스럽게 성적 결과도 잘 따라와 준 것 같아요.

설탭을 시작할 때만 해도 가벼웠던 마음이 이토록 깊어질 줄은 몰랐다는 민선 쌤. 개인 캘린더에 학생들의 시험 기간과 방학 스케줄이 담겨 있는 것을 보니 자신도 모르는 새 쌤의 일상에 설탭과 학생들이 잔잔하고 깊게 스며든 것 같았습니다.
설탭을 오래 하면서 얼굴을 모르는 애제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가끔 제가 꿈꾸던 대학 생활을 성취한 달콤한 이야기들을 해주곤 해요. 학생들과 함께 저 역시도 대학 이후의 꿈을 다시 꾸고 있고요.
시간이 조금 걸릴지라도 학생들의 잠재력이 성적으로든 태도로든 가시화되는 순간을 볼 때마다, 저도 제 꿈에 도전할 힘을 얻어요. 할 수 있는 한 계속 설탭에서 수업이 기다려지는 쌤으로 학생들을 만나고 싶어요!
민선 쌤은 학생이 성적을 올렸을 때보다 학부모님이 ‘우리 아이가 선생님을 너무 좋아해요’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쁘다고 해요. 그 이야기가 쌤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줄 수 있는 원동력이었죠. 앞으로도 쌤을 따르는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 갈 기분 좋은 서사들이 정말 기대되었는데요.
마지막으로 설탭 학생들에게 진심을 다해주고 좋은 멘토로서 영향을 주고 계신 민선 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설탭과 함께 성장하며 사회인으로서도
원하는 목표를 꼭 이루시길 언제나 설탭이 응원하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