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설탭에서 만난 사람은 설탭으로 공부하며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한 고2 송주은 학생입니다. 주은 학생은 지난 1년 간 몹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성적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매일 울고 좌절하고, 몸과 마음도 많이 상해서 결국엔 1학년 2학기를 앞두고 학교를 자퇴하게 되었죠.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도 ‘겨우 이런 일로 자퇴했다’는 생각에 자신을 자책하며 끝없는 내리막을 걷고 있는 듯 했어요.
주변엔 가족 말고 아무도 이야기할 사람이 없던 그때, 주은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준 설탭 선생님들이 있었다고 해요. 선생님이 실망할까봐 자퇴 사실을 고백하기까지도 한참이 걸렸는데, 이야기를 들을 선생님은 오히려 주은 학생이 이토록 힘들었는지 몰랐던 자신에게 실망했다면서 학생에게는 뜨거운 응원과 위로를 더해 주셨죠.
이후 주은 학생은 많이 달라졌다고 해요. 매일 자신을 칭찬하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예전처럼 친구도 만나고, 또 열심히 공부하면서요.
주은 학생은 몹시 무거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자신의 성장 스토리를 꼭 말하고 싶다고 했어요. 분명 이만큼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어딘가에 또 있을 거고, 자신의 이야기를 보고 다들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Chapter 1.
벼락치기로 상위권 유지 성공,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Q. 안녕하세요, 주은 학생!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반가워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주은: 안녕하세요. 김포에 살고 있는 송주은이에요. 작년에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학교를 자퇴를 해서 현재는 오는 4월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이에요.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면서 설탭으로 공부를 시작해 이제 딱 1년이 되었어요.
Q. 사전 인터뷰에서 이전에 학업 스트레스가 아주 컸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좀 괜찮아진 건가요?
주은: 네. 요즘엔 이전과 달리 밥도 잘 먹고 잠도 규칙적으로 잘 자고 친구들도 만나면서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이전엔 정말 스트레스가 심해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Q. 그렇군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성적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었나봐요. 중학교 때까진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왔었나요?
주은: 네, 맞아요. 제가 다니던 중학교는 교과서 위주로 내신이 쉽게 나오는 학교였어요. 크게 학원을 다닐 필요도 못 느꼈고 시험기간에만 벼락치기를 해도 내신 200점 만점에 197점이 나왔었죠. ‘이렇게 해도 성적이 나오네?’라는 생각에 고등학교에 올라가도 매일 이렇게 하면 성적이 잘 나올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예상이 완전 틀렸던 거죠. 특히 영어가 가장 큰 문제였어요.
Q. 어떤 부분에서 영어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느낀 건가요?
주은: 중학교에선 교과서 위주로 시험 문제가 나오다 보니 영어 지문만 한 달 내내 외웠어요. 그렇게 해도 성적이 잘 나오니까 그게 제 실력인 줄 알았죠. 하지만 그 외에 문법이나 단어 공부는 안 했거든요. 모의고사 준비를 하려고 보니 문장을 끊어 읽는 법이나 문장 구조를 분석하는 법을 모르겠더라고요. 본문 내용만 외워봤지 기본기는 아예 없었던 거예요.

Chapter 2.
고교 입학과 동시에 찾아온 위기, 내가 7등급이라니!
Q. 그리고 나서 고등학교는 일부러 학업 수준이 높은 학교로 진학했다고 들었어요.
주은: 맞아요. 계속 기준이 낮은 학교에 다니다가는 앞으로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마침 조만간 이사를 갈 예정이라서 이사갈 동네에서 빡세기로 유명한 학교로 진학을 한 거예요. 그 분위기에 맞춰서 저도 열심히 공부도 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Q. 공부를 잘 하고 싶다는 열망이 컸군요. 자신감도 있었고요.
주은: 거기엔 이유가 있었어요. 저희 아버지가 군인이시라 제가 어릴 때부터 이사를 많이 했거든요. 중2 때 전학을 갔는데 중3 때 학급 반장도 하고 학생부도 했어요. 전학 온지 얼마 안 되었는데 전교회장 선거에도 나갔었죠. 8표 차이로 아깝게 떨어졌지만 그때 자존감도 높아지고 자신감도 많이 생긴 거예요. 그때 ‘안 되더라도 도전해보면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겠구나’라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학업 수준이 높은 고등학교에 가도 처음엔 어렵겠지만 계속 열심히 하다 보면 잘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그 학교에 진학했어요.
Q. 설탭을 시작한 게 그즈음이죠?
주은: 맞아요. 그때 설탭으로 수학과 영어 공부를 시작했어요. 제가 살던 곳이 경기도 통진이라는 외진 곳이라 대면과외는 힘들고 학원은 집 근처에 없고, 또 제가 이사를 자주 해야하는 특성도 있잖아요. 집과 학교 거리도 40분 정도라 이동 시간에 대한 부담감도 컸고요. 그래서 설탭으로 한 번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Q. 선택지가 많이 없었군요. 설탭 초반엔 어땠는지 궁금해요. ‘과연 설탭을 한다고 되려나?’라는 생각을 했다면서요.
주은: 설탭을 시작하고 첫 레벨테스트에서 정말 점수가 안 좋았어요. 쌤들이 말하시길 수학은 어느 정도 기본기는 되어 있는데 응용이 안 되고, 영어는 기본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설탭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3월 첫 모의고사를 봤는데 영어 점수가 30점, 7등급이 나온 거예요. 그날 집에 가면서 많이 울었어요. ‘과연 설탭을 한다고 되려나? 다음 모의고사까지 9주가 남았는데 중간고사를 제외하면 남은 건 5주.. 내신은 어떻게 준비하지?’라는 생각이 커졌죠.
Q. 많이 조급했겠어요. 그래도 주은 학생이라면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공부했을 것 같아요.
주은: 네. 설탭 쌤들이랑 전략을 잘 짰어요. 영어 같은 경우엔 먼저 문제를 푸는 순서와 요령부터 배웠어요. 처음엔 쌤이 문제를 많이 풀어보라고 하지도 않았어요. 몇 개만 풀고 지문 분석하는 연습을 하고, 뒷 부분에 장문 문제는 한글 선지를 먼저 보고 내용을 파악해서 들어간다든지, 그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5주 정도 열심히 했어요. 단어도 많이 외우고요. 첫 모의고사에서 영어가 7등급이었으니까 다음 모의고사 때는 4~5등급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71점, 3등급이 나왔더라고요. 공부 방법과 습관만 바꿨는데도 이렇게 오르는구나 느끼고 그때부터 더 열심히 했어요.
Chapter 3.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 나는 왜 안 될까?
Q. 설탭으로 주요 과목 공부는 했지만 나머지 과목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주은: 막상 내신 기간이 다가오니 국영수 제외하고 다른 과목은 제대로 준비가 안 되어 있더라고요. 나머지 과목들을 몇 주 만에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등하교 하는 왕복 1시간 20분이 너무 아까워지기 시작했어요. 그때 학교와 할머니 댁이 가까워서 처음엔 할머니 댁에서 지내면서 공부를 했죠. 제가 늦게까지 안 자고 공부하니까 할머니도 같이 안 주무시고, 자꾸 간식을 챙겨주시니까 죄송하기도 하고, 집중력도 끊기더라고요. 그래서 스터디 카페에 가서 새벽 3시까지 공부를 하곤 했어요.
Q. 새벽 3시까지 공부하면 굉장히 피곤했을 것 같아요. 할머니께서도 많이 걱정하시고요.
주은: 그렇죠. 할머니가 그때까지 안 주무시고 기다리고 계셨거든요. 그럼 또 죄송하니까 그냥 부모님 집에 간다고 하고 24시간 영업하는 맥도날드에 가서 새벽 5시까지 공부하고, 몰래 다시 할머니 댁에 들어가서 2시간만 자고 학교에 가기도 했어요. 아니면 아침 7시까지 스터디 카페에 있다가 학교에 가서 한 시간 엎드려서 자고요. 한 달 정도 그런 생활을 했는데 처음엔 많이 힘들지 않았어요. 일주일에 4~6일씩, 그렇게 4주 정도는 버틸만 했죠.

Q. 그 이후에 점차 몸에 무리가 온 거군요.
주은: 맞아요. 이전엔 보통 7~8시간씩 자는 편이었거든요. 근데 잠을 줄여야 하니까 못 마시던 커피도 접하고, 하루에 2~3잔씩 마시기 시작했어요. 학교에서는 점심도 안 먹었어요. 점심을 챙겨먹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그 시간에 공부나 하자’는 생각으로 점심도 거르고 아침, 저녁도 빵만 먹었어요. 두 달 가까이 그렇게 생활했는데 오히려 8키로나 몸무게가 늘어난 거예요.
살이 찌니까 집중력이 떨어져서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매일 그렇게 공부를 해도 항상 해야할 남은 공부가 있었어요. 그러니 운동하면 시간을 뺏길 것 같아서 운동도 포기했죠. 점점 몸에 무리가 오더니 점점 머리카락이 빠지고 하혈까지 하게 됐어요. 병원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시간 낭비하는 것 같아서 안 갔어요.
Q. 몸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그런 생활을 유지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은: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 잠 못자는 것, 공부하는 것도 다 스트레스였지만 나 말고도 많은 학생이 이렇게 치열하게 공부한다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다들 그동안 나보다 열심히 공부해왔을 테니까, 그리고 당연히 공부는 해야하는 거니까 스트레스 받는 것도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했죠. 머리카락도 ‘빠지면 빠지는 거지, 병원 갈 시간에 공부를 하자’는 마음이었어요.
Q. ‘스스로를 자책했다’고 했어요. 어린 나이에 너무 큰 짐을 짊어졌던 것 같네요. 왜 그런 생각을 했던 건가요?
주은: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스스로 자책을 많이 했어요. 나는 친구 가질 자격도 없고, 잘 자격, 놀 자격도 없다고 말이죠. 졸릴 때면 ‘지금 자면 나에게 이득일 게 없다’고 생각하고 힘들 때마다 ‘너는 커서도 이러고 살거야?’하면서 자책을 많이 했어요.
Q. 그럴 때 주변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거나 대화를 시도해 보진 않았나요? 힘든 마음을 털어 놓으면 그래도 좀 나아질지 모르잖아요.
주은: 고등학교에선 ‘친구도 만들지 말고 공부만 하자’는 생각으로 친구도 안 만들었거든요. 제가 ENFP라 사람도 좋아하고 친구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데 고등학생 때 친구를 만들면 도움이 안 될 것 같았어요. 4월부터는 우울감이 심해졌는데 누구한테도 하소연하지 않았어요. 친한 친구나 부모님께도요. 그냥 공부하다가 울고, 등하교 하다가 울고, 스터디 카페에서 울고, 자기 전에도 울고요.
Q. 스트레스가 극심해진 지점이군요. 학업, 미래, 공부, 점수에 대한 걱정이 이루말할 수 없었나봐요.
주은: 맞아요. 어느 날은 천장을 보면서 누워있는데 미래가 안 보이더라고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3년만 버티면 되는건가, 누구는 저렇게 했다는데 왜 난 그게 안 될까’라는 생각도 하고 스스로에게 욕도 많이 했어요. 왜 이거 밖에 안 되냐고. 저는 인서울을 하고 싶은데 지금 성적으로는 안 되겠구나 하면서 현재 상황에 대한 자책과 미래에 대한 압박이 심했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압박한 거예요.

Chapter 4.
자퇴 고백 그리고 쌤의 답장, ‘넌 분명 멋진 사람이 될 거야!’
Q. 그래서 자퇴를 결심한 거군요. 너무 힘들어서.
주은: 점점 우울한 것도 심해지고 죽고싶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새벽 4~5시에 스터디 카페로 데리러 와주시곤 했는데 함께 집에 갈 때마다 울면서 힘들어 했어요. 제가 선택한 거지만 인간관계가 없으니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었고, 미래도 안 보이는 것 같았거든요. 모의고사 성적은 잘 나오더라도 내신은 못볼 때도 있으니까 ‘이러면 진짜 대학에 못가겠구나’ 생각했어요. 학교에 오고 가는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비효율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느꼈죠. 그래도 자퇴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우울감이었어요.
Q.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주은: 아버지가 엄하시기도 하고, 집안에서도 제가 장녀라 저에 대한 기대가 컸어요.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하면 크게 혼날 것 같았죠. 한 두 달은 고민하면서 버텨봤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방에서 울다가 이러면 안 될 것 같아서 방에서 나와 거실에 앉아서 조용히 울고 있는데 아빠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이래 저래 힘들어서 고민했고 학교를 그만 두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저의 힘듦을 이미 눈치 채셔서 그런지 저의 의견에 동의해 주셨어요.
Q.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자퇴를 했네요. 그런데 한동안은 설탭 쌤들께 자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들었어요.
주은: 맞아요. 두어달 동안은 말씀을 못드리겠더라고요. 남들도 다 힘들고 다 버티는 건데, 이것도 못 이겨내고 자퇴한 애라고 생각하실까봐 걱정이었거든요. 쌤들은 나보다 더 열심히 해서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에 갔고 그걸 해내셨는데, 그냥 우울하다는 것 때문에 자퇴한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보실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설탭 쌤이 실망할까봐 걱정이었다면, 그 전부터 쌤들과 친밀감이 있었나봐요.
주은: 2월 말쯤인가. 그날도 속이 안 좋아서 설탭 수업 중에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제 목소리가 안 좋았는지 영어 쌤이 먼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봐 주셨어요. 그날 눈물이 터지면서 그동안 있던 일을 말씀드렸죠.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받은 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이사를 많이 다니다 보니 친구 관계도 흐트러지고, 집안의 기대 때문에 부담도 크다고요. 쌤은 제 이야기를 다 들어주시고 위로도 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영어 쌤이랑은 더 가까워졌고 더불어 성적도 올라서 쌤이 더 가깝게 느껴졌어요.
Q. 그래서 자퇴 사실을 말씀드리기가 더 망설여졌군요. 그럼 한동안 할 필요 없는 내신 공부도 했겠어요.
주은: 그렇죠. 학교를 그만두고도 3개월은 학교 진도에 맞춰서 공부했어요. 고3 때까지도 쌤들에게 얘기 안 하려고 했어요. 자퇴를 하고 나서도 10월까지는 갈피를 못잡았던 것 같아요. 그냥 ‘어떻게든 공부해서 대학만 가자’는 생각에 공부는 밤에 하건 낮에 하건 상관없으니 새벽 3시에 독서실 가서 공부하고 오후에 집에와서 자곤 했죠. 근데 자꾸 쌤들한테 거짓말하는게 마음에 걸리는 거예요. 그래서 ‘학교 밖 청소년’ 오픈 채팅방에 제 고민을 얘기 했어요.
Q. ‘학교 밖 청소년’ 채팅방에선 주은 학생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나요?
주은: 현실적인 얘길 해주더라고요. 만약 수능을 볼거면 공부하는 방법을 빨리 바꿔야 한다고요. 쌤들이 나중에 알게 되면 더 크게 다가올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쌤들께 장문의 메시지로 제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드리기로 했죠.
Q. 쌤들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적는 데도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들을 했나요?
주은: 그동안 어떻게 생활했었는지 적었어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등교한 거, 몸이 안 좋아졌던 것도요. 왜 자퇴를 결심했는지,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앞으로 어떤 목표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적었어요. 그리고 중간 중간에 선생님들은 더 어렵게 이겨 내셨을 테니 저를 한심하게 생각하실 거 안다고, 스스로도 한심하게 생각하고, 사실 한심한게 맞다고 말씀드렸어요. 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면 어쩔 수 없고 속여서 죄송하다, 저와 수업하기 싫으면 안 하셔도 된다, 또 너무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어요.
Q. 메시지를 받은 쌤들은 어떻게 답을 해주셨는지 궁금해요.
주은: 솔직히 수학 쌤은 ISTJ라 제 메시지 받으면 ‘어, 얘 왜 이래’라고 생각하실 줄 알았어요(웃음). 그래서 반응이 제일 무서웠는데 오히려 고생했다고, 앞으로 열심히 해보자고 하셔서 감사했어요. 영어 쌤은 그동안 나눈 얘기가 많으니까 제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대충 알고 계셨거든요. 그래도 그렇게까지 한줄은 몰랐다고, 진짜 대단한 거라고 말씀해주셨고요.
영어 쌤이 주은 학생에게 보내주신 답장

Chapter 5.
하루 세 줄, 설탭 쌤과 함께 나누는 칭찬 메시지
Q. 쌤들에게 고백하고 나서는 마음이 좀 편해졌나요?
주은: 바로 좋아진 건 아니에요. 그때도 자존감이 많이 낮은 상태였고, 그런 모습이 수업 시간이나 카톡 메시지에서도 보였나봐요. 그래서 영어 쌤이 제게 자존감이 너무 낮아보인다며 그날부터 숙제를 하나 주셨어요. 매일 자기를 칭찬하는 메시지를 3줄 씩 쌤에게 보내라고요.
Q. 매일 자기를 칭찬하는 메시지를 쌤에게 보내라고요? 스스로에게 어떤 칭찬을 했는지 궁금해요!
주은: 처음엔 어색했는데 지금 3~4개월 째 매일 영어 쌤에게 저 자신을 칭찬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요. 엄청 사소해요. ‘오늘 이런 숙제를 한 저를 칭찬합니다’, ‘열심히 숙제해서 뿌듯합니다’, ‘아플 때는 공부 많이 안 하고 푹 쉰 저를 칭찬합니다’ 이런 내용이에요. 그러면 쌤은 ‘잘했네 몸이 안 좋으면 쉬어야지’, ‘얼른 나아서 더 열심히 해보자’, ‘뿌듯했겠다’ 이렇게 답장해 주세요.

선생님과 주고받은 칭찬 메시지
Q. 쌤이 정말 좋은 해결책을 주셨네요. 효과가 좀 있던가요?
주은: 10월까지만 해도 자존감이 낮아서 매일 울었는데, 그 이후엔 오늘 뭐했는지 돌아보고 어떤 점을 스스로 칭찬할지 생각하다 보니 ‘오늘도 열심히 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서 자존감이 많이 올라갔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행복한 것 같아요.

Q. 그 이후 쌤들과는 더 가까워졌을 것 같아요.
주은: 그렇죠. 자퇴하기 전까진 제 얘길 많이 안 했어요. 수업만 하거나 모르는 것만 질문하는 식이었죠. 근데 제가 원래는 사람을 좋아하고 친해지는 거나 말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자존감이 낮았을 땐 누군가한테 말하는 것도 싫었는데, 쌤과 칭찬 메시지를 보내기로 하고 나서는 자존감이 점점 올라가고, 다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저를 알려주고 싶고 그들이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수업 끝나면 조금씩 일상 얘기도 하고, 쌤들은 학교 다닐 때 어땠는지에 대해서도 묻고 그렇게 대화하면서 많이 가까워 졌어요.
Q. 많이 힘들던 시기에 그야말로 설탭 쌤들이 주은 학생에게 엄청난 의미의 존재가 되어 주셨네요.
주은: 맞아요. 고등학교 밖에도 친구들이 있긴 했지만, 그때 이런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을 제외하고 설탭 선생님 뿐이었어요. 아무래도 저보다 언니, 오빠니까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했고요. 쌤들과 많은 대화를 하다가 목표를 잡아보자고 하셔서 미래 목표도 잡아봤어요. 그때부터 다시 꿈이 생기고 목표가 생겼어요.
Q. 쌤들과 잡은 그 목표, 함께 공유해줄 수 있나요?
주은: 물론이에요. 일단 올해 4월 검정고시를 치를 거예요. 남은 두 달 동안 준비해서 검정고시 시험을 볼 예정이고, 그 다음엔 내년 수능을 준비해야죠. 올해도 경험 삼아서 수능을 볼 예정이에요. 그리고 최종적으론 인서울 대학 중어중문학과에 가고 싶어요. 제 꿈이 앵커거든요. 그리고 제가 중국 로맨스 영화를 좋아해요(웃음).
Q. 그 꿈 꼭 이룰 수 있을 거예요. 나중에 설탭 선생님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은데요?
주은: 어머, 설탭 선생님 너무 좋은데요? 새로운 목표로 삼아야 겠어요!
Q. 오늘 소중한 이야기 나눠줘서 정말 고마워요.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주은: 이전엔 정말 많이 힘들었는데 요즘엔 충분히 자고 식사도 규칙적으로 하니까 건강도 많이 회복했어요. 그리고 친했던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간간히 연락하니까 다시 일상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마음이 편한 상태에서 하려니까 공부하는 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져서 쌤들과 한 약속도 지키고 공부 효율도 올리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이켜 보니 주은 학생의 힘들던 마음과 고민을 해결해 준 건 설탭으로 올린 ‘성적’이 아니라 설탭에서 만난 ‘선생님’이었어요. 정말 신기하죠.
주은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안쓰럽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런 학생에게 ‘하루 한 번 자기 자신을 칭찬하라’는 솔루션을 내려준 선생님이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런 선생님을 만나 마음을 회복하고 건강을 되찾은 주은 학생이 부러워지기까지 했어요.
누구나 학창시절의 걱정이 있기 마련이고 누군가는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있어요. 그때 자신의 손을 잡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준 사람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들 얻기도 하죠.
공부, 입시, 그 이상의 것을 알려주고 학생이 건강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고 계신 설탭의 모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설탭 친구들과 학부모님께 솔직하게 공유해준 주은 학생에게 마음 깊이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힘들던 시간을 이겨내고 밝은 웃음과 건강을 되찾은 주은 학생이 앞으로도 설탭 선생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자신의 앞날을 씩씩하게 걸어나가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